우리 음악의 이해

사물놀이를 배우다보니 ‘호흡’이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나요?

우리음악 2006. 3. 11. 16:55
 

호흡이라는 용어는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숨쉬기'의 의미이고, 또 하나는 '조화'의 뜻으로 말입니다. 왜 "저 친구들은 서로 '호흡'이 척척 맞아!"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마도 숨쉬기 역시 들숨과 날숨이 조화로워야 하니까, 만약에 평소에 자기가 숨쉰다는 사실을 항상 느끼고 산다면 아마 그 사람은 심장이나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듯이, 그런 의미에서 호흡이라는 용어를 조화로움의 뜻으로 많이 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용례는 본질적으로 '조화'라는 한 뜻에 귀결된다고도 볼 수 있지요.

우리의 조상님들, 특히 전통예술분야의 선배예인들은 이 호흡이라는 말을 예술활동 속에서 아주 많이 쓰셨습니다. "호흡이 안 맞는다", "호흡을 늘려라", "호흡을 하나로 가라" 등 등... 결론적으로 저희가 사용하는 호흡은 숨쉬기의 뜻이 아니라, "어떠한 장단의 짜임과 가락의 흐름에 나의 온 몸과 온 마음을 하나되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을 저희는 '호흡의 1단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주는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기도 하니까, 저희야 기본이 그렇지만, 연주하는 이들끼리 잘 어울려야 하고, 이것이 '호흡의 2단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되어 연주하는 이들의 연주를 보고 듣는 이들이 감동을 하지 못한다면 안되겠죠? 연주자들의 하나되어 울려 퍼지는 기운에 연주자들과 보고 듣는 뭇사람들이 감동하여 하나 되는 것, 이것이 '호흡의 3단계'이고, 끝으로 이렇게 하나된 인간들의 모습과 행위와 그 기운이 천지자연의 기운과 또한 조화로워야 되므로, 이것을 '호흡의 4단계', 즉 호흡의 궁극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근현대의 서구과학문명, 산업문명은 이 점을 놓쳤기 때문에 지금의 환경오염과 가치관의 혼란 등을 낳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바로 '호흡의 4단계'말입니다. 저희가 얘기하는 호흡의 1~4단계 중에서 1~3단계까지는 동서고금의 어느 문화권이나 문명에서든지 중요시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인류의 모든 창조적 행위, 즉 작위(作爲)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우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인간에만 주목했어요. 자연을 그저 개척의 대상, 시렁 위의 곳감으로만 생각했어요. 크게 하나인 생명체, 그래서 모든 생명의 모태(母胎)라고 여기질 않고 말이지요. 음과 양의 조화를 몰랐던 것이죠. 보이는 것, 드러나는 것, 증명할 수 있는 것에만 주목한 것이죠.

이거 얘기가 좀 비약된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저희가 얘기하는 호흡은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어떠한 행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치거나, 춤을 추거나, 자동차를 몰 때도 마찬가지예요. 연주에는 반드시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연주자, 악기 그리고 가락이 있어야지요. 춤을 춘다면 내가 연주자이고, 내 몸이 악기인 셈이고, 그리고 여러 동작이 가락이 되는 겁니다. 운전의 경우는 운전자가 곧 연주자, 자동차는 악기, 내가 가야할 길이 가락이지요.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서로 조화롭지 않다면 그 연주는 망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조화롭지 못한 운전을 한 사람이 사고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락, 다시 말해서 차선, 신호, 속력 등을 무시한 운전이라면 결코 좋은 '연주'가 아니죠. 호흡은 결국 "조화라는 자연스러움,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인간의 행위를 통해 회복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