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자료

서도소리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 배뱅이 굿

우리음악 2006. 5. 14. 21:41

한 사람의 창자가 배뱅이의 이야기를 장구반주에 맞춰 창과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서도소리.

평안도에서 생겼으나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장단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으며 사설도 조잡한 편이다. 조선시대 영·정조 이후 구전되어오던 것을 대한제국 때 평안남도 용강의 소리꾼인 김관준(金寬俊)이 개작하고 아들 종조(宗朝)가 계승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1647년 유인만(柳寅晩)에게서 비롯되었다는 황해도 계통의 〈배뱅이굿〉 채록본이 발견되어 그 유래가 복잡해졌다. 요즘 불리는 것은 갑오개혁 훨씬 이후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평안도 김관준 계통을 이은 이은관(李殷官) 〈배뱅이굿〉, 황해도 문창규(文昌圭) 계통을 이은 양소운(楊蘇云) 〈배뱅이굿〉이 있다. 이은관의 〈배뱅이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의 하나로 지정되었다.

딸 배뱅이가 어린 나이에 죽자 배뱅이의 부모는 딸의 넋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고 한다. 팔도의 이름난 무당들이 모두 몰려와 굿을 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때 지나가던 젊은 건달 하나가 교묘한 방법을 써서 거짓으로 넋을 불러와 배뱅이의 부모를 우롱하고 많은 재물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배뱅이굿〉은 판소리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판소리 정리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다양하게 변이되었다. 원래 무당이었다고 설정한 배뱅이의 아버지가 양반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다가 실패한 사건, 처녀인 배뱅이가 탁발승과 놀아나다가 상사병으로 죽은 사건, 지나가던 건달이 배뱅이의 혼을 불러낸다면서 탕진한 가산을 회복할 정도로 돈을 긁어냈다는 결말 중에서 어느 쪽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작품이 되었다. 제1마당은 산천기도(山川祈禱), 제2마당은 꿈이야기, 제3마당은 배뱅이의 출생, 제4마당은 배뱅이의 성장, 제5마당은 배뱅이의 죽음, 제6마당은 배뱅이 부모의 슬픔, 제7마당은 배뱅이의 장례, 제8마당은 배뱅이굿, 제9마당은 이광옥의 회심(回心), 제10마당은 주막집, 제11마당은 배뱅이의 마지막 날, 제12마당은 귀로(歸路)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12마당에 나오는 총 19명을 박수무당 한 사람이 도맡아 소리와 재담을 하며 굿의 미신적인 요소를 풍자한다. 말투나 가락은 굿에서 하는 것과 비슷해 굿 구경을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