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 들어보기(전통 음악)

토속민요(경기도 편) 강화 고사소리(축원덕담)

우리음악 2008. 4. 10. 14:34

(경기도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한춘수(74세)/1993)

 

 

"굽어보십소서. 해동은 대한국이요 오초는 동남인데1), 경기도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 거주 건명은2) 남산리 노인정이올시다.♬ 노인정에 노인들 만수무강 하옵시라고 축원덕담을 드리옵니다." ♬

 

천개우주 하날되고 지개조차 땅 생겼으니 ♬

삼강오륜이 으뜸이요 ♬

국태민안 범윤자 시화연풍 돌아든다 ♬

이씨 한양이 등극시에 삼각산이 기봉하야 ♬

삼각산 뚝 떨어져 어정주춤 나린 줄기 ♬

봉학이 생겼으니 봉의 등에다 터를 닦고

학을 눌러 대궐을 짓고 ♬

대궐 밖은 육조로다 ♬

무학산은 각 도읍되고 왕심산은 청룡되고

둥구재 마루는 백호가 되니 ♬

이씨 한양이 등극하여 오백년 누려갈 때 ♬

건명에도 노인정엔 집안 식구가 계신 대로

동서사방 출입을 하시면 ♬

서낭살이 위태하니 서낭살을 풀어보자 ♬

오다가다가 서낭살 거리거리가 서낭살

모롱모롱이 서낭살 ♬

돌무더기도 서낭살 고개고개가 서낭살

영창목에도 서낭살 향자목에도 서낭살 ♬

외대백이도 서낭살 쌍대백이도3) 서낭살 ♬

산으로 가면은 산신살 들로 가면은 들룡살

도시로 가면은 교통살 ♬

죽은 나무엔 동테살4) 혼인 대상엔 주당살5)

아기를 낳으면은 삼신살 삼신 끝에는 부정살 ♬

도둑이 들면은 손재살 불이 나면은 화재살

동네방네 불안살 ♬

조왕터전을 접어드니 바깥 마당엔 벼락살

대문상간에 접어드니 대문상간엔 수문장살 ♬

지붕마루엔 용충살6) 마루대청을 접어드니

마루대청엔 성주살 건넌방에는 군중살7) ♬

안방상간 접어드니 아랫목에는 제석살이요8)

이벽 저벽이 벽화살 내외지간엔 공방살 ♬

횃대 끝에는 넝마살 어떤 넝마가 걸렸나

대주전 영감마마 입으시다 걸어둔

바지 저고리 고급 양복 ♬

곤명에도9) 부인마마 나들이 치마는 열두폭

집안 치마는 여덟폭 두폭 세폭은 행주치마

벽벽이두 걸어 놓고 ♬

실밥에도 묻어들고 가위밥에도 따라든

잡귀잡신 휘몰아다 의주월강10) 소멸하고 ♬

일년을 나시자니 일년 도액이11) 두렵구나

일년 도액을 풀어낼 제 ♬

정칠월이면 이팔월 이팔월이면 삼구월 ♬

삼구월이면 사시월 오동지 육섣달 ♬

일년허구두 열두달 한달허구두 서른날

하루허구두 열두시 시시때때로 드는 액은 ♬

정월달에 드는 액은

정월이라 대보름날 액맥이 연으로 막아내고 ♬

이월달에 드는 액은

이월이라 한식날 한식 차례로 막아내고 ♬

삼월달에 드는 액은 삼월이라 삼짇날

제비새끼 명마구리12) 연자초리로13) 막아내고 ♬

사월달에 드는 액은 사월이라 초파일날

부처님전에 관등놀이로 막아내고 ♬

오월달에 드는 액은

오월이라 단오날 그네줄에다 막아내고 ♬

유월달에 드는 액은

유월이라 유두일날 비강천둥으로 막아내고 ♬

칠월달에 드는 액은

칠월이라 칠석날 견우직녀가 막아내고 ♬

팔월달에 드는 액은

팔월이라 한가위날 오리송편에 싸서 내고 ♬

구월달에 드는 액은

구월이라 구일날 비만버리로 막아내고 ♬

시월달에 드는 액은

시월이면 상달인데 고사반에다 막아내고 ♬

동짇달이라 드는 액은

동짇달이라 동지날 동지팥죽에 막아내고 ♬

섣달에 드는 액은 섣달이라 그믐날

흰떡메루다 덜미를 쳐서 막아내고 ♬

일년 열두달 드는 액은 의주 월강 소멸하니

일년신수는 대길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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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초동남(吳楚東南), 동쪽에는 오나라가 있고 남쪽에는 초나라가 있다는 뜻으로, 중국을 일컫는 말.  2)건명(乾命) : 축원문에서 주인남자를 일컫는 말.  3)외대백이, 쌍대백이 : 외돛단배, 쌍돛단배.  4)동테 → 동티 : 흙이나 돌을 잘못 건드려 지신(地神)으로부터 재앙을 입는 일.  5)주당(周堂) : 혼인을 꺼리는 귀신.  6)용충 : 짚으로 엮어 용마루에 얹는 이엉.  7)군중 : 아이들이 떠는 소란.  8)제석 : 집안 사람들의 수명, 곡식, 의복, 화복을 맡아본다는 신.  9)곤명(坤命) : 축원문에서 여자주인을 이르는 말.  10)의주월강(義州越江) : 의주는 평북의 지명. 압록강 너머로 액을 내친다는 뜻.  11)도액(度厄) : 액맥이  12)명마구리 → 명매기 : 칼새   13)연자초리 : 제비꼬리

 

◇ 정초 의례의 하나로 풍물패가 정초에 집집을 돌며 복을 부르고 액을 막아주는 뜻으로 하는 고사소리. 고삿상을 차려 놓고 한다고 해서 이런 노래를 '고사반(告祀盤)소리' 또는 그냥 '고사반'이라 하기도 한다. 정초에 이런 식으로 집집을 돌며 풍물고사를 지내는 풍습은 경기도, 충청도, 강원 영서지방에 퍼져 있었다. 노랫말은 한자말이 많이 섞여 있는데, 나라의 도읍을 정하는 대목으로부터 도처에 끼어든 살(煞)을 풀어내는 살풀이, 때마다 닥치는 액(厄)을 막는 액막이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