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의 이해

사물놀이 악보를 보면 ‘원/방/각’ 표시라는 것이 있던 데 설명을 부탁합니다.

우리음악 2006. 3. 11. 16:50
 

우선 ‘원‧방‧각(圓‧方‧角)’은 책에서도 소개했다시피 과거 고조선에서 실시했던 농지분할법인 정전제(井田制)에서 나온 것입니다. (조선 영조때에 실시된 정전제(丁田制)과는 구별됩니다.) 하나의 땅을 우물 정(井) 자처럼 아홉등분을 하여 관리를 하는 것이 정전제이지요. ‘井’이 어떻게 ‘아홉수(9)’를 상징하는지는 금방 이해가 가시죠? ‘井’의 외곽에 네모칸을 그려보시면 알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밭 전(田)’자는 그 상징수가 ‘4’입니다. 이러한 정전제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고조선의 통치규범을 홍범구주(洪範九疇)라고 합니다. ‘홍범’은 홍익인간에 기초한 규범이라는 뜻이고, 구주는 아홉 개의 밭고랑을 뜻하는 말이니 곧 정전제를 일컫는 것이지요. 정전제의 정(井)자를 형상, 즉 기호로 해부한 것이 바로 원‧방‧각(圓‧方‧角)입니다.

‘원(圓)’은 크건 작건 간에 하나의 우주체를 뜻합니다. 하나의 해, 하나의 달, 하나의 별, 하나의 지구, 한 그루의 나무, 한 사람, 그리고 집 한 채, 장고 한 대, 돌멩이 하나, 바늘 한 개 등이 모두 각기 하나의 우주체(宇宙体)이지요. 정전(井田)으로 나눌 한 덩어리의 땅도 곧 ‘원’입니다. 그러므로 그 상징형은 ‘동그라미’이고 상징수는 ‘1’이 됩니다.

‘방(方)’은 하나의 우주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 곧 우주체의 구획을 뜻합니다. 땅을 나누는 정전제에 있어서는 그 구획의 기준이 방위(方位)가 되므로 동‧서‧남‧북‧중앙의 5방이 기준이 됩니다. 그러므로 그 상징형은 네모칸 가운데에 점이 찍혀있는 형태가 되고, 상징수는 ‘5’가 됩니다.

‘방’이 정(井)자의 상하좌우와 중앙을 뜻한다면 ‘각(角)’은 네 개의 모서리를 뜻합니다. 모서리는 그 기본형이 삼각형이 되므로 이것이 곧 ‘각’의 상징형이 되고, 그 상징수는 ‘3’이 되는 겁니다.

결국 원‧방‧각(圓‧方‧角)을 수리(數理)로 풀었을때는 각기 1+5+3=9라는 묘수(妙數)의 집합이 되며 이는 정전제(井田制)의 ‘9’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아시다시피 동양문화권에서 1, 3, 5, 9등의 홀수는 양수(陽數), 즉 하늘의 수(數)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고조선 등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연구하시는 분들 중에는 하도(河圖) 낙서(洛書)가 홍범구주의 원‧방‧각(圓‧方‧角) 문화권에서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설을 제기하시기도 합니다만은 이는 논증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고조선과 중국간은 철기문화의 유입, 유민의 이동 등 오랜 세월동안 많은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큰 의미에서 같은 문화권이랄 수 있는 고조선과 중국이 서로 같은 사상적 뿌리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도와 문화를 정비해나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홍범구주 사상의 바탕이 된 원‧방‧각(圓‧方‧角)의 문화는 비록 동일한 세계관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유래를 찾기 힘든 지극히 고유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저희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에서 장단의 구조를 분석하여 표기함에 있어서 정간보(井間譜)와 아울러 원‧방‧각을 사용한 것은 하나의 장단을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0Cm자를 원방각으로 표시한다면 “1원 6방 300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1원-30Cm자 하나는, 6방-5Cm단위의 작은 덩어리 6개로 이루어져 있고, 300각-1mm단위의 잘게 쪼개짐이 300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장단의 구조분석에 적용하면 ‘원’은 하나의 장단을 뜻하고, ‘방’은 하나의 장단에 내재한 호흡구간(박:拍)의 수(數), 그리고 ‘각’은 하나의 장단을 가장 잘게 나누는 분박(分拍)의 수(數)를 나타냅니다. 끝으로 원‧방‧각을 이해할 때는 그 의미와 세계관을 이해해야지 1, 5, 3이라는 각각의 수리(數理)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1, 5, 3이라는 숫자는 각각의 원‧방‧각에 해당하는 상징수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원은 항상 ‘1’이어야 하고, 방은 항상 ‘5’이어야 하고, 각은 항상 ‘3’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사족삼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