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의 이해

가곡(歌曲)

우리음악 2010. 4. 17. 11:20
 전통 성악은 정가(正歌)와 속가(俗歌)로 크게 나뉘는데 가곡은 가사·시조와 같이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아정(雅正)하게 노래하는 정가에 속한다. 시조시를 선율에 얹어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예술음악으로 판소리·범패와 더불어 한국 3대 성악곡의 하나이다. 옛 선비들의 예술생활을 반영한 것으로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부른다.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었다.
가곡의 역사
조선 후기에 대표적인 성악곡으로 자리를 잡아 지금까지 전하는데 원래는 삭대엽(數大葉)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삭대엽은 만대엽(慢大葉)·중대엽(中大葉)과 음악사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만대엽은 조선 전기에 나타난 것으로 1620년(광해군 12)에 이득윤(李得胤:1553~1630)이 지은 〈현금동문유기 玄琴東文類記〉에서, "평조 만대엽은 여러 곡의 조종으로서 종용하고 한원하여 자연스럽고 평담하다"라고 했듯이 임진왜란 이전까지 널리 불렸다. 그뒤 만대엽과 함께 중대엽이 등장하여 17세기말에서 18세기초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후에 편찬된 악보에는 만대엽·중대엽·삭대엽이 모두 기보(記譜)되어 있는데 1680년대에 이르면 중대엽과 삭대엽의 파생곡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점차로 만대엽은 연주되지 않고 좀더 빠른 템포의 음악을 선호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 중엽에 이르면 삭대엽이 중대엽보다 더 성행하여 새로운 파생곡과 함께 지금과 같은 모습의 가곡의 직접적 모체가 된다. 이미 17세기 후반에 삭대엽은 제1·2·3 또는 초·이·삼의 파생곡이 발생되었고, 18세기말에 이르면 농(弄)·낙(樂)·편(編)이 발생하는데, 농은 농엽(弄葉), 낙은 우락(羽樂)과 계락(界樂), 편은 편수대엽의 명칭이 〈유예지 遊藝志〉에 기록되어 있다. 농엽의 농은 평롱과 언롱(言弄)을 말하며, 우락은 우조의 낙을, 계락은 계면조의 낙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편수대엽은 삭대엽을 새로 짜서 만든 변주곡으로 보여진다.
19세기에 이르면 이수대엽 다음에 조림(調臨)이라는 지금의 두거(頭擧)와 삼수대엽에 해당하는 소이(騷耳)와 삼수대엽의 변주곡인 소용(騷聳), 낙의 변주곡인 언락(言樂)과 편락(編樂)이 나타난다. 19세기 후반에는 이수대엽 다음에 중거(中擧)와 평거(平擧), 소용 다음에 반엽(半葉)이 등장하는데, 반은 우조 반은 계면조로 된 악곡이다. 또한 농과 편에서 언롱과 언편(言編)의 변주곡이, 우락과 계락에서 환계락(還界樂)이 파생되고 태평가(太平歌)가 등장함으로써 17세기에서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삭대엽이 현재의 가곡으로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 가곡이라는 새 음악 장르가 발전하게 된 데에는 조선 후기 생산력의 증대와 임진왜란·병자호란으로 인한 신분관계의 변화를 주요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 음악의 수용층인 가객(歌客)은 중인계층이다. 가곡은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시켰고, 이는 가곡이라는 음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가곡의 형식
가곡은 시조시를 얹어 노래하지만 시조와는 음악형식면에서 서로 다르다. 시조는 초·중·종장의 3장 형식이지만 가곡은 이를 5장으로 나누고, 전주에 해당하는 대여음(大餘音)과 간주격인 중여음(中餘音)이 있다. 또한 시조에서는 생략하는 종장 끝의 '하노라·하노니·하오리라' 등을 생략하지 않고 모두 부른다. 가곡과 시조의 형식을 시조 가사(歌詞)를 중심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시조는 장구 반주나 악기 하나 정도의 반주만 있으면 가능하다. 반면 가곡은 거문고·가야금·세피리·대금·해금·장구로 편성되는 관현악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또 훈련된 전문가가 노래하며 단순히 가사 전달이 아닌 음악적 표현을 즐기는 데 그 묘미가 있다. 또한 가곡을 부를 때에는 남창 또는 남녀창의 순서에 따라 부르게 되어 있다.
가곡의 음계
시조의 음계는 대체로 계면조로 되어 있는 반면 가곡은 우조 즉 평조와 계면조의 2가지 음계로 되어 있다. 평조와 계면조는 각각 5음음계로 되어 있었는데, 계면조는 〈유예지〉·〈구라철사금자보 歐邏鐵絲琴字譜〉 이후에 4음음계 또는 3음음계의 음악으로 지금에 이른다. 평조는 황종(黃鐘:Eb)·태주(太簇:F)·중려(仲呂:Ab)·임종(林鐘:b)·남려(南呂:C)의 5음음계이다. 계면조는 황종·협종(夾鐘:Gb)·중려·임종·무역(無射:Db)의 5음음계가 황종·중려·임종의 3음음계, 또는 황종·중려·임종·무역의 4음음계로 변하였다.
우조의 가곡은 정대화평(正大和平)·청장격려(淸壯激勵)하다 하여 화평하면서 높고 씩씩한 느낌을 준다. 계면조는 애원격렬(哀願激烈) 또는 애원처장(哀願悽帳)하다 하여 구슬프고 애달픈 느낌을 준다.
 
가곡의 장단
장단법에는 2가지가 있다. 한 장단을 10점(點) 16박(拍)으로 하는 기본장단이 있고, 이를 변형한 10점 10박의 변형장단이 있다. 여기서 점은 장구를 치는 횟수를 말한다. 즉 덩(합장단)·덕(채편)·쿵(북편) 등 왼손으로 북편을 치거나 오른손으로 채편을 치는 횟수를 전부 합한 것이다.
초수대엽(初數大葉)에서 농·낙까지의 여러 곡과 태평가는 기본장단에 의해 장구를 친다. 편, 즉 우편·편락·편수대엽·언편은 변형장단에 의한 장구를 치기 때문에 변형장단을 편장단이라고도 한다. 편장단은 16박을 10박으로 줄인 것으로 음악에서 가사나 선율이 16박 장단보다 촘촘하다.
 
가곡의 명인
1572년(선조 5) 〈금합자보 琴合字譜〉를 엮은 안상을 비롯하여 1610년(광해군 2) 〈양금신보〉의 양덕수, 1620년(광해군 12) 〈현금동문유기〉의 편자인 이득윤, 1680년(숙종 6) 〈현금신증가령〉의 편자인 신성 등은 모두 당대의 거문고 명인이자 가의 반주에도 능통한 악사들이었다. 또 〈해동가요〉의 고금창가제씨(古今唱歌諸氏) 조에 의하면 승지인 허정을 비롯하여 장현·탁주환·박상건·박대길·고선홍·김유기·김천택·김수장·이세준·김유택 등 56명의 가객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숙종에서 영조 사이에 활동했던 명인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자신들의 연습을 위해 가곡집을 편찬하기도 하였는데, 김천택의 〈청구영언〉과 김수장의 〈해동가요〉가 그것이다. 이밖에도 조선 말기에 장우벽·박효관·안민영과 그뒤로 하준권·최수보·명완벽·하순일·하규일 등 대가의 계보가 이병성·이주환에 이어 김월하(1996 해제)·홍원기(1997 해제)에 이르렀다. 기·예능보유자로 전효준(2001 해제)·김경배가 있다.
 
 
가곡의 가창순서
개요
가곡의 조(調)는 우조나 계면조의 음계를 사용한다. 우조에는 초수대엽(첫째치), 이수대엽(둘째치), 중거(중허리 또는 중허리드는 자진한잎), 평거(막드는 자진한잎), 두거(드러내는 것), 삼수대엽(셋째치), 소용, 우롱, 우락, 언락, 우편 등이 있다. 계면조에는 초수대엽, 이수대엽, 중거, 평거, 두거, 삼수대엽, 소용, 언롱, 평롱, 계락, 편수대엽(편자진한잎), 언편(지르는편), 태평가 등이 있다. 또 우조와 계면조를 모두 쓰는 반우반계(半羽半界)에는 반엽(반엇삭대엽), 편락 등이 있다. 가창방식은 이러한 음계를 바탕에 두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3가지 방식이 있다.
남창으로 부르는 순서
(●표는 조금 생략할 때 안 부르는 곡, ▲표는 많이 생략할 때 안 부르는 곡) 우조초수대엽, 우조이수대엽 ▲, 우조중거 ●▲, 우조평거 ●▲, 우조두거 ▲, 우조삼수대엽, 우조소용, 반엽(중여음부터 계면조로 변조함), 계면조초수대엽,계면조이수대엽 ▲, 계면조중거 ●▲, 계면조평거 ●▲, 계면조두거 ▲, 계면조삼수대엽, 계면조소용 ▲, 언롱, 평롱 ●▲, 계락 ●▲(5장 중간에서 평조로 변조함), 우락 ●▲, 언락, 편락, 편수대엽(3장 중간에서 계면조로 변조함), 언편, 태평가.
여창으로 부르는 순서
우조이수대엽, 우조중거, 우조평거, 우조두거, 반엽(2장 12째 박 또는 중여음에서 계면조로 변조함), 계면조이수대엽, 계면조중거, 계면조평거, 계면조두거, 평롱, 우락, 환계락, 계락, 편수대엽, 태평가.
남녀창으로 부르는 순서
남창우조초수대엽, 여창우조이수대엽, 남창우조중거 ●▲, 여창우조중거 ●▲, 남창우조평거 ●▲, 여창우조평거 ●▲, 남창우조삼수대엽, 여창우조두거, 남창우조소용, 여창반엽, 남창계면조초수대엽, 여창계면조이수대엽, 남창계면조중거, 여창계면조중거, 남창계면조평거, 여창계면조평거, 남창계면조삼수대엽, 여창계면조두거, 남창언롱,여창평롱, 남창계락, 여창계락, 남창언락, 여창우락, 남창편락, 여창편수대엽, 남녀병창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