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의 이해

보허자

우리음악 2012. 3. 25. 13:41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이라고도 부른다.

 보허자는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중국 송사악(宋詞樂)의 하나로 낙양춘(樂陽春)과 함께 지금까지 당악(唐樂)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로는 당악곡들이 향악화되어 당악의 원형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송악(宋樂)이 매우 성행했는데, 이는 〈고려사〉 악지 당악조에 보이는 수십 편의 송사(宋詞)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원래 보허자는 송사악 중 오양선(五羊仙)이라는 당악정재에서 부르던 창사(唱詞)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보허자의 편성 악기는 당피리·대금·해금·아쟁·당적·북·장구·편종·편경 등이다. 관악기 중심의 음악이기 때문에 관악보허자(管樂步虛子)라고도 한다. 이 음악은 주로 임금이나 왕세자의 출궁악(出宮樂)과 각종 연향악(宴享樂)에서, 특히 궁중 정재(呈才)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되었다. 보허자는 몽금척(夢金尺)·헌선도(獻仙逃)·수연장(壽延長)·장생보연지무(長生寶宴之舞) 등 많은 궁중 정재에서 사용되었다. 한편 장생보연지무에서는 보허자 1·2장의 가락에 맞추어 한문가사를 노래하는데, 이를 수악절창사(隨樂節唱詞)라고 한다. 원래 보허자는 모두 7장이었는데, 지금의 보허자는 그 가운데 1·3·4장만을 뽑아서 3장으로 만든 것이다. 보허자의 음악형식은 환두형식(換頭形式)에 속하는데, 이는 음악을 반복할 때 처음부분을 바꾼다는 뜻으로 도들이형식이라고도 한다. 미후사의 첫째 구(句)는 미전사의 첫째 구와 가락이 다르나, 둘째 구 이하의 가락은 미전사의 가락을 그대로 반복하는데, 이를 환입(還入)이라고 한다. 한편 가야금·거문고 등 현악기로만 연주하는 보허사(步虛詞)가 있다. 이 곡은 원곡인 보허자에서 미전사의 가락과 미후사의 환두가락을 합쳐 만든 변주곡이다. 보허자에서는 보허사뿐만 아니라 향악화하는 가운데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원래 한 글자가 한 박을 차지하는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성악곡에 음계는 7음음계인 당악식이었으나, 6음음계로 변하고 가사도 탈락하여 기악곡으로 변했다. 조선 말기에는 보허사에서 여러 파생곡들이 나타났다. 조선 후기에 향악화된 보허자는 주로 민간에서 현악기로 연주되던 현악보허자와 궁중에서 당악정재의 반주음악으로 알려진 관악보허자로 크게 나뉜다. 관악보허자에 비해 현악보허자에서 많은 변주곡들이 생겨났다. 우선 밑도들이로 알려진 미환입(尾還入)은 세환입(細還入)의 선율을 거문고주법으로 바꿔 만든 변주곡이고, 우조가락환입(羽調歌樂還入)은 세환입의 선율을 변주한 곡이다.